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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청보리밭과 선운사 힐링여행

by xavi4 2025. 7. 7.

밭을 걷고 있는 중년 남성 사진

전라북도 고창에는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장소들이 있다. 그중 학원농장의 청보리밭과 선운사 사찰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내면을 정리하게 만드는 특별한 공간이다. 30대 40대 50대 중장년층에게 필요한 것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광활한 들판과 조용한 숲길을 걸으며 자신을 들여다보는 경험은 여행의 참된 의미를 일깨워준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 기억, 그 여정이 고창에서 시작된다.

청보리밭에서 마주하는 초록의 위로

고창 학원농장은 봄철이면 드넓은 청보리밭으로 장관을 이룬다. 무려 10만 평이 넘는 넓은 대지 위에 바람결 따라 출렁이는 청보리는 보는 이의 마음까지 씻어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는 보리가 가장 푸르고 빛나는 시기로, 이 시기의 학원농장은 마치 살아 있는 초록의 물결처럼 생명력을 뿜어낸다. 이곳은 ‘관광지’라기보다는 ‘치유의 공간’에 가깝다. 입장료는 있지만 그 이상으로 넓고 평탄한 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체력 부담 없이 한 시간 정도 여유롭게 산책이 가능하다. 가족 단위보다는 조용히 걷는 여행객이 많아, 복잡함 없이 온전히 풍경과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청보리밭 한가운데에 서 있으면 사방이 초록으로 둘러싸인다. 그 순간만큼은 어디에도 속박되지 않고,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햇살은 부드럽고, 바람은 향기롭다. 무엇보다 이곳은 중년의 여행자에게 ‘무언가 하지 않아도 괜찮은’ 여유를 허락한다. 인생의 많은 시간을 치열하게 살아왔기에, 이제는 조용히 존재하는 것으로 충분한 때가 있다. 고창 청보리밭은 그 시간을 위한 공간이다.

선운사 숲길, 걸음마다 깊어지는 나와의 대화

학원농장에서 자동차로 약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선운사는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하지만 이곳의 진짜 매력은 사찰 그 자체보다, 사찰을 품고 있는 자연에 있다. 사찰로 이어지는 숲길은 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고 여행자를 맞이한다. 봄이면 벚꽃과 동백, 여름이면 짙은 초록, 가을엔 단풍, 겨울엔 고요한 나목의 길이 된다. 선운사 숲길은 경사가 거의 없는 평지 형태로, 중장년층도 부담 없이 걷기 좋다. 길을 따라 걷는 동안 옛 시인들이 읊던 한 구절들이 돌에 새겨져 있어, 걷다 멈추어 읽고 다시 걷는 리듬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 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길이다. 숲을 통과해 선운사 경내에 이르면, 절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함께 불교적 상징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이곳에서 느껴지는 평온함은 누구에게나 열린 감정이다. 작은 연못, 단아한 전각, 은은한 종소리, 그리고 사찰 너머로 이어지는 숲길은 마치 세상과 단절된 공간처럼 느껴진다. 걷는 내내 소란스럽지 않다는 점은 이곳의 가장 큰 미덕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사찰의 풍경은 마음속의 먼지를 털어내기에 충분하며, 무언가를 내려놓고 싶은 이들에게 가장 따뜻한 길이 된다. 이곳에서는 어떤 말보다, 조용한 걷기 그 자체가 위로다.

속도를 내려놓고 방향을 찾는 여행

고창의 청보리밭과 선운사 숲길은 전혀 다른 장소 같지만, 공통적으로 ‘걷는 이’를 위한 공간이다. 화려한 명소도, 번화한 거리도 없지만, 이 조용한 두 공간은 사람의 마음에 오래 머무는 힘을 가지고 있다. 30대 40대 50대 중년의 삶은 수많은 선택과 책임의 연속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성취가 아니라, 잃지 말아야 할 마음의 방향을 되찾는 일이다. 고창은 그런 점에서 적절한 여행지다. 넓은 청보리밭에서 마음을 씻고, 고요한 선운사 길에서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에 평형이 찾아온다. 고창은 한 번쯤 꼭 가야 하는 곳이 아니라, 한 번쯤은 나를 위해 가야 하는 곳이다. 말보다 걸음이 많고, 속도보다 여유가 있는 여행이 필요한 지금, 당신의 걸음은 고창을 향해도 좋다. 단순한 여행이 아닌, 마음을 위한 순례가 시작되는 장소. 그것이 바로 고창이다. 속도를 내려놓고 방향을 찾는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