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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미리내성지와 너리굴문화마을 힐링여행

by xavi4 2025. 7. 14.

너리굴문화마을 사진

경기도 안성에는 조용한 위로를 전하는 두 공간이 있습니다. 하나는 천주교 순례길의 고요한 성지, 또 하나는 전통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느린 마을입니다. 미리내성지와 너리굴문화마을은 걷기 좋은 길과 머물기 좋은 공간으로, 30~50대 중장년층에게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여유를 선사합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은 날, 이 두 곳은 말 없이 삶의 리듬을 되돌려주는 고요한 여행지로 다가옵니다.

미리내성지, 침묵 속에서 마음을 가다듬는 순례길

경기도 안성 양성면에 자리한 미리내성지는 천주교 신자들 사이에서는 오랜 순례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종교가 없더라도 누구나 걸으며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고요한 공간입니다. '미리내'는 순우리말로 ‘은하수’를 뜻하며, 그 이름처럼 이곳은 시끄러운 일상과는 거리를 둔, 조용하고 깊은 시간을 선물해줍니다. 입구부터 이어지는 돌계단과 평탄한 숲길은 연령과 상관없이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길 양쪽에는 ‘십자가의 길’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성인의 발자취를 기리는 동판이 차분하게 놓여 있어 걷는 내내 자연스레 사색에 잠기게 됩니다. 종교적 상징물들이지만 설명이 과하지 않고, 오히려 그 자체로 침묵과 명상의 장면이 되어줍니다. 무엇보다 중장년층에게 이곳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해야 할 일’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0~50대는 늘 선택과 판단, 책임의 반복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미리내성지에서의 산책은 그러한 긴장의 끈을 잠시 내려놓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길을 걷는 동안, 생각이 정리되고 불필요한 감정이 떨어져 나가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특히 성지 안쪽에 있는 빨간 지붕의 고딕 양식 성당은 이곳의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성당 앞마당에 서면 정면으로 하늘이 탁 트이고, 멀리 종탑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그 아래 벤치에 앉아 가만히 눈을 감으면, 바람과 종소리, 그리고 나무 사이로 스미는 빛이 함께 어우러져 마음 깊숙한 곳까지 스며드는 기분이 듭니다. 이런 공간에서의 한 시간은 카페에서 보내는 두 시간이 주지 못하는 정서를 만들어줍니다. 여행이란 눈으로 보는 것보다 마음으로 듣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미리내성지는 그 진심을 조용히 건넵니다.

너리굴문화마을, 예술과 쉼이 공존하는 마을을 걷다

미리내성지에서 차로 10분 남짓 이동하면 ‘너리굴문화마을’이라는 이름의 독특한 공간이 나타납니다. 겉보기엔 평범한 시골 마을 같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전통과 예술,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느린 마을이라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됩니다. ‘너리굴’이라는 이름은 예로부터 마을 앞 개울이 누렇게 흐른다 하여 붙여졌다는 설도 있지만, 지금의 마을은 이름보다 더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품고 있습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정해진 관람 동선이 없다’는 점입니다. 마을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고택 한옥, 갤러리로 쓰이는 창고, 도예공방, 목공예 체험장, 벽화 골목 등이 불쑥불쑥 나타나며 자연스레 시선을 이끌어 줍니다. 공방마다 운영자가 직접 머무르고 있어 여행객과 자연스레 대화가 오가며, 때로는 체험 프로그램을 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장년층에게는 그런 ‘강요 없는 구조’가 오히려 더 큰 매력입니다. 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고, 쉬고 싶으면 벤치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특히 마을 가운데를 흐르는 작은 개울과 목재다리는 이곳의 분위기를 더욱 아늑하게 만들어줍니다. 물소리와 아이들 웃음소리, 그리고 공방에서 나오는 흙 냄새가 어우러진 이 풍경은 마치 오래전 시골 외갓집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어느 한 장면도 과하거나 인위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여행자에게 가장 깊은 감정을 선사하는 건 오히려 이런 작고 단정한 풍경입니다. 마을 끝자락에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북카페가 있으며, 그 옆 정자에서는 직접 만든 염색 천이나 도자기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은 조용하게, 하지만 진심 있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벗어나 잠시 나를 비우고 싶은 날, 너리굴은 조용한 쉼표가 되어줍니다.

가까운 거리, 깊은 여운. 삶의 리듬을 되찾는 안성의 하루

미리내성지와 너리굴문화마을은 종교와 예술이라는 전혀 다른 주제를 품고 있지만, 우리는 흔히 여행을 자극으로만 생각하지만, 때때로 진짜 회복은 아무 자극도 없는 곳에서 시작됩니다. 그저 걷고, 멈추고, 바라보는 이 세 가지 행위만으로도 스스로가 정리되는 장소. 바로 그 점에서 안성의 이 두 공간은 특별합니다. 30대는 미래에 대한 초조함으로, 40대는 가족과 일 사이의 균형으로, 50대는 지나온 시간의 복기와 새로운 방향을 고민합니다. 이런 시기에는 정보가 아닌, ‘침묵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누구도 재촉하지 않고, 누구도 정답을 말하지 않는 공간. 미리내성지의 종소리, 너리굴마을의 개울물 소리, 벤치 위의 바람이 그 해답을 대신 전합니다. 무엇보다 두 곳 모두 접근성이 좋아,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1~2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고, 체력 부담 없이 반나절 또는 하루 일정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숙소나 식당도 과하지 않게 갖춰져 있어 소박한 1박 2일 여행을 계획하기에도 좋습니다. 요란하지 않은 공간, 조용히 머물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돌아올 때 가벼워지는 마음. 안성은 이 세 가지를 정확하게 갖춘 도시입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충분히 멀리 떠난 느낌’을 줄 수 있는 장소. 오늘 같은 날, 그 조용한 길을 걷고 싶다면 미리내와 너리굴을 기억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