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마이산은 말의 귀를 닮은 기이한 쌍봉과 수천 개의 돌탑, 숲속의 조용한 사찰 은수사로 이루어진 신비로운 공간이다. 특히 삶의 전환기에 있는 30~50대에게 이곳은 그저 여행지가 아닌, 삶을 되돌아보고 다시 나를 세우는 명상의 장소가 되어준다.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이 여정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쉼을 얻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된다.
신비로운 봉우리 아래 기도와 간절함이 쌓인 탑사
전라북도 진안에 위치한 마이산은 남봉과 북봉이라는 쌍봉이 마치 말의 귀처럼 솟아 있어 그 이름이 붙여졌다. 외형부터 범상치 않은 이 산은 오래전부터 기도와 염원의 장소로 여겨져 왔으며, 그 중심에는 마이산 탑사가 있다. 탑사는 말 그대로 수천 개의 돌탑으로 이루어진 공간이다. 각각의 돌탑은 어떤 종교 단체나 공공기관이 만든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수행자 이갑용 거사가 30여 년에 걸쳐 직접 손으로 쌓아 올린 결과물이다. 정교하게 균형을 이룬 수천 개의 돌탑은 시각적으로도 놀랍지만, 그 이상의 감정을 자아낸다. 돌 하나하나에 기도와 염원이 담겼고, 무수한 반복과 인내가 깃들어 있다. 그것은 곧 삶의 무게와 닮아 있다.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고, 쌓이고 또 쌓인 시간의 결과가 지금의 탑을 만들었다. 그 풍경을 마주한 중년의 여행자는 스스로의 삶을 투영하게 된다. 나도 이처럼 흔들리며 버텨왔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다시 쌓고 있지는 않았는가. 탑사 내부는 무척 조용하다. 사람들은 속삭이듯 대화를 나누거나, 말없이 탑 사이를 걷는다. 많은 관광지처럼 셔터를 누르기보다, 두 눈으로 조용히 담는 이들이 더 많다. 사진보다 더 또렷하게 남는 것은 그곳에서 느낀 감정이다. 화려하거나 인위적이지 않은 돌무더기 사이에서, 우리는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가 잊고 지내던 ‘기도하는 마음’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숲속에 고요히 숨은 은수사, 내려놓는 순간을 위한 공간
마이산의 돌탑이 인내와 기도의 형상이라면, 은수사는 내려놓음과 고요의 공간이다. 탑사에서 나와 마이산 남쪽 자락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은은한 바람과 나무들 사이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는 이 사찰은 백제 무왕 때 창건되었다고 전해진다. 겉으로 보기엔 작고 소박하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과 고요함은 오히려 더 묵직하다. 은수사는 사람들의 붐빔이 적고, 굳이 떠들지 않아도 될 만큼 조용하다. 연못이 있는 경내에 앉아 있으면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바람, 그리고 은은한 종소리가 하나의 음악처럼 들려온다. 벤치에 가만히 앉아 숨을 고르다 보면, 바쁘게 돌아가던 머릿속도 서서히 느려지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된다. 30대에서 50대는 누구나 삶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시기다. 일과 가정, 관계와 미래에 대한 고민이 겹겹이 쌓이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종종 ‘쉼’의 의미를 잃는다. 은수사는 그런 이들에게 조용한 쉼표가 되어준다.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낸 채 단순한 공간에 몸을 놓고 있을 때, 오히려 더 깊은 통찰이 떠오르는 법이다. “내가 지금 무엇을 내려놓고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이 저절로 스며드는 장소, 그곳이 은수사다.
탑과 숲, 기도와 고요 사이에서 다시 나를 만나다
진안 마이산의 여행은 그저 몇 시간의 일정으로 끝나는 여정이 아니다. 탑사에서의 돌탑은 우리에게 삶의 무게를 다시 감싸 안는 법을 알려주고, 은수사에서는 그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숨을 고르는 시간을 허락한다. 중년의 여행자는 이제 무엇을 보았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그곳에 있었느냐가 중요하다. 그 모든 과정 속에서 나를 다시 만나고,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채워갈지 조용히 생각해보는 것이다. 진안은 관광지가 아니다. 치유의 공간이다. 삶이 거칠게 몰아치고 있을 때, 사람의 손으로 쌓은 돌탑과 자연이 숨 쉬는 숲길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된다. 이곳은 빠름을 강요하지 않는다. 천천히 걷고, 조용히 앉으며, 말없이 느끼는 그 시간 속에서, 당신은 분명 삶의 다른 색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돌 하나를 다시 쌓는 마음으로, 고요한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나에게 집중하는 이 특별한 여행. 그 시작과 끝은 마이산에 있다.